
로제타호는 2014년 11월까지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2배가 넘는 약 65억km를 비행한 것입니다.
그리고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2014년 11월 12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표면에 정확히 착륙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츄리혜성에 필레호를 착륙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혜성의 속도는 초속 38키로 정도로 총알보다 15배가 빠릅니다.
그 총알에 착륙한다고 상상해 보면 엄청난 도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혜성에 안전하게 착륙하려면 같은 속도로 나란히 날아야 합니다.
지나가는 혜성에 타는 건 어렵지만 나란히 비행하면서 착륙선을 보내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발사된 로제타호는 혜성을 따라잡을 속도가 없었기 때문에 속도를 높일 특별한 방법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스윙바이라고 하는 중력도움 혹은 새총쏘기 방법입니다.
로제타호는 태양 둘레의 궤도를 도는 동안 지구의 중력이 이를 뒤로 잡아 당기고 있었습니다.
지구의 강력한 중력은 로제타호를 잡아 끌었다가 비행체를 우주로 집어던지는데, 마치 새총에서 돌이 날아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속도가 빨라지고 방향도 바뀐 로제타호는 지구의 도움으로 시속 10만 8천 km가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로제타호는 3번에 걸친 지구중력 도움과 1번의 화성중력 도움을 받아 스윙바이로 츄리혜성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혜성에 착륙하는 건 무거운 달이나 행성에 착륙하는 것과 다릅니다.
혜성의 중력은 지구보다 십만 배나 약해서 표면에서 뛰면 우주로 날아갈 정도입니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혜성 몇 km 위에서 필레호를 착륙 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천천히 표면으로 내려가서 착륙하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살짝만 충격이 가해져도 우주로 튕겨 나가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표면에 붙어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필레호 세 개의 다리는 착륙시의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됐고 다리마다 아이스 스크류를 달았습니다.
다리에 흡수한 충격이 스크류에 전달돼서 땅속으로 10센티미터를 파고 들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10년 전의 계획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혜성의 표면이 얼음처럼 딱딱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나사의 혜성 프로젝트와 로제타호가 보낸 자료를 통해 혜성의 일부 지역은 얼음 같지만 자갈이 쌓인 것 같은 지형, 먼지로만 된 지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지형에 착륙하면 아이스 스크류가 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차선책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질긴 케블라줄에 달린 두 개의 베릴륨 구리 작살이 필레호를 혜성 표면에 잡아 두는 방법입니다.
로제타호는 혜성의 상공 23km 위에서 성공적으로 탐사로봇 필레호를 분리 시켰습니다.
필레호는 로제타호에서 분리된 지 7시간만인 한국시각 2014년 11월 13일 오전 1시 5분경 목적지인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착륙지점에 작살로 땅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착륙에 성공합니다.
사실 로제타호는 최초의 혜성 탐사선은 아닙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이미 1986년에 최초의 혜성 탐사선 지오토호로 핼리 혜성을 탐사한 바 있고, 미항공우주국(NASA)은 혜성과 충돌실험을 하기도 하고 혜성에서 분출된 물질을 지구로 가져온 바도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번 혜성 탐사가 이루어진 바가 있음에도 로제타호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스치듯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혜성의 핵에 착륙할 뿐 아니라, 거의 1년 정도를 혜성과 함께 이동하며 그 실체를 파헤치는 최초의 혜성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혜성 67P 츄리의 경우 근일점에서 지구 궤도에 매우 가까워지는데 만약 이때 탐사선을 보내면 비교적 쉽게 혜성을 찾아갈 수 있지만, 태양열로 인해 혜성의 핵에서 분출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코마로 둘러싸이게 돼 혜성의 참 모습을 볼 수 없고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혜성이 코마를 분출하지 않는 지점까지 10년이나 걸려 찾아간 것입니다.
보통 혜성은 3AU거리가 되면 가스와 먼지를 분출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혜성이 이곳에 도달하기 전에 탐사선이 혜성에 접근해야 합니다.
지난 2014년 로제타호가 혜성 67P와 만난 곳은 안전한 4AU의 위치이지만 이곳에서도 혜성의 가스 분출 활동이 관측되기도 해 착륙선 담당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크기가 겨우 4km밖에 되지 않는 혜성은 중력이 너무 낮아 탈출 속도가 초속 1m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한 번에 1m 이상만 점프해도 결국 혜성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냉장고만한 크기로 100키로그램 정도의 필레가 이 혜성에서는 클립 한 개정도의 무게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그런 약한 중력으로 인해 필레호는 착륙시 표면에서 튕겨 나온 후 절벽 옆 그늘 진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늘진 곳이라 태양빛을 받지 못하고 태양 전지판이 전기를 만들지 못해 배터리가 방전되어 착륙 후 60시간정도 탐사 활동을 진행한 후 신호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7개월 후인 2015년 6월 14일 잠에서 깨어 난 필레가 2분간 신호를 보내와 40초 분량의 자료를 전송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필레가 어떤 자료를 보내왔는지 현재 활동중인지 여부는 인터넷을 뒤져봐도 나오질 않네요.
다만 로제타호가 혜성에서 다량의 산소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있습니다.
혜성에서 산소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며 수증기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현재 이론에 따르면 산소는 반응성이 커서 대부분 물이 돼 사라지기 때문에 혜성에 이처럼 많은 산소가 남아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산소의 존재가 기존 태양계 형성 이론 모델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로제타와 필레의 수명은 2015년 12월 까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ESA 전문가들은 2016년 말까지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약 1년 여 정도 남은 기간 내에 필레를 깨우고 혜성에 더욱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로제타호에게 남은 파이널 미션입니다.
ESA 는 2016년에 로제타의 남은 연료를 이용해 혜성 지표면 5㎞ 상공까지 접근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로제타가 가능한 혜성 가까이에 다가간 뒤 표면에서 필레와 다시 만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합니다.
과학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현재 로제타호나 필레의 새로운 소식을 알고 계시면 댓글로 업데이트 부탁 드립니다.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 하다보니 매끄럽지가 못합니다.

필레가 착륙을 하고 나서 찍은 사진. 왼쪽에 보이는 것이 필레의 다리 일부분.